의미가 없기에 가뿐한 ― 시인 김선오
단단하고 귀여운 각오 ― 래퍼 슬릭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울타리에서 ― 배우 유이든
사랑과 추억을 간직하는 몸 ― 비건 식당 운영자 단지앙
나를 돌보는 불꽃 ― 작가 홍승은
내 몸을 보호하는 나만의 부적 ― 무당 홍칼리
사랑하고 사랑받길 바라는 연습 ― 시인 계미현
타투의 영원함에 진 기분 ― 사진가 황예지
과거의 나와 화해하기 ― 상담심리사 임부영
예쁜 죄를 새기는 의식 ― 타투이스트 박카로
에필로그
추천의 글 ― 요조(뮤지션, 작가
타투에 임하는 태도 각각의 내부로 들어간 다음 거꾸로 거슬러 오르다 보면, 거기엔 어떤 트랙 하나가 동일하게 나타날 것 같다. 죽고 싶은 마음과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기하는 트랙이. 트랙에서 경합하는 두 마음은 사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저 막상막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트랙에서는 죽고 싶은 마음이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과 같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죽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두 마음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더욱더 힘을 내서,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려고 한다. _‘추천의 글(요조’에서
“타투는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무의미와 의미, 귀여움과 비장함 사이에서
나에게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일
타투이스트 박카로는 “인간이 스스로 자기 몸에 상해를 입히려면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투는 “누가 시켜서 새길 수는 없으니까 엄청난 능동성이 필요”(작가 홍승은하며 한번 새기면 지우기 어려우므로 신중함과 책임이 뒤따른다. 바늘로 살갗을 찌르는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타투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타투의 속성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다. “그저 예쁘다, 이 타투가 내 몸에 있으면 좋겠다, 같은 욕구 외에는 별다른 동기”(상담심리사 임부영 없이 타투를 “의미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시인 김선오으로 여기는가 하면, 자기만의 상징으로 피부를 가득 채워 몸과 마음을 보호하거나 “나이가 들수록 잊어버리는 게 많아지니까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계속 새기”(비건 식당 운영자 단지앙기도 한다. 타투는 때로 삶과 창작의 무한한 영감이 되어준다. 《가장 밝은 검정으로》는 “조카에게 그림 구경시켜주듯”(래퍼 슬릭 보여줄 수 있는 알록달록 귀여운 타투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달라는 간절함”(박카로과 자유를 향한 열망, 상처를 치유하려는 의지가 속속들이 담긴 비장한 타투를 모두 아우른다. 타투의 스타일과 내력은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나답게 살아보려는 결심’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