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세상을 이렇게 만든 변하지 않는 수에 대하여 7
1장 빛의 속도가 내가 가는 속도와 같다면 11
2장 중력이 100배나 큰 세상에서 우리는 31
3장 길고 짧은 걸 대본다는 건 사실 놀라운 일이다 53
4장 물은 언제 끓고 피는 언제 뜨거운가 75
5장 축구공이 파동으로 날아간다면 95
6장 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가 109
7장 나는 저항하지 못한다, 전압에 125
8장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한 건 전자다 141
9장 우주보다 먼저 존재한? 157
10장 지구가 원자보다 커서 다행 173
11장 벽을 뚫고 공중부양하는 물리학 185
12장 혼돈을 두려워하지 마라 201
우주의 수가 한 치라도 달랐다면?
존재의 이유를 찾는 흥미진진한 사고 실험
세상은 왜 다른 모습이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일까? 왜 우리가 살기 좋게 되어 있을까? 과학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신이 아니라 우주를 만든 보편적인 수, 즉 상수에서 찾는다. 상수가 어떻게? 이를 위해 김범준은 거꾸로 시작한다. 바로 우주를 구성하는 상수가 한 치라도 달랐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는 사고 실험을 펼치는 것. 만약 빛의 속도가 내가 걷는 속도, 즉 시속 5km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력 상수가 100배나 크다면? 플랑크 상수가 관찰 가능한 거시적인 크기라면? 볼츠만 상수가 10배가 된다면?
광속이 시속 5km라면 이것은 역시나 우주의 모든 존재가 따라야 할 엄격한 제한 조건이어서 내가 시속 5km에 다가갈수록 나의 질량은 무한대가 되고 내가 걷는 방향에서 나를 향해 정면으로 도달하는 광자(빛알가 늘어나 마치 서치라이트를 비춘 것처럼 내 눈앞이 엄청 밝아보인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떠올리면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난다. 부모님이 출근하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에게 일하는 시간 8시간은 일주일이 될 것이다. 친구와 아침 8시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친구는 한참을 기다려야 올 것이다. 내 시계와 친구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가 느린 세상에서는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얼마의 속도로 가야 하는지도 약속해야 한다.
상수가 한 치라도 달라지면 이런 기상천외한 일이 마구 벌어진다. 중력 상수가 100배가 되면 모든 생명체는 바닥에 펼쳐진 부침개 모양이 되고 플랑크 상수가 거시적인 값이 되면 축구공은 파동으로 날아오고 공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양자역학의 확률로 결정된다. 초능력자처럼 벽을 스르륵 통과하는 일도 가능하다.
그렇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는 놀라운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상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값이기 때문이다. 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