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
길을 걷다 마주한 바람의 감각
어느 오후, 길을 걷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 꿈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엇인가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은 도움닫기를 하듯 몇 번 더 꿈틀하면서 낙엽을 들추더니, 이내 힘을 내서 낙엽을 휭! 하고 날렸습니다. 그렇게 날린 낙엽은 작가의 얼굴에 와서 척 달라붙었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았던 그날, 작가는 스치듯 지나치는 모든 풍경 속에 바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한 줄기 한 줄기 바람의 흔적을 찾아 모았습니다. 봄날의 흩날리는 벚꽃 속에, 여름날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제멋대로 굴러가는 가을 낙엽 속에, 눈발을 머금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바람이 건네는 모든 이야기를,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또렷하게 느껴졌던 바람의 감각에 대한 기록입니다. 바람의 감각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어느덧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는 계절의 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바람결에 반가움이 느껴지듯 마음의 감수성을 일깨울 그림책입니다.
우리의 삶을 닮은 바람이 그린 그림
때로는 없는 듯 고요하게, 때로는 살랑이며 친근하게, 때로는 거세게 몰아치며 아프게, 그러다 갑자기 모습을 감추어 버리는 바람이, 꼭 우리의 삶을 보여 주는 듯합니다. 이렇듯 《언제나 어디에나》에는 바람이 지나는 곳마다 맞닿은 우리의 일상이 깃들어 있습니다. 살그머니 어깨에 내려앉은 꽃잎은 따뜻함을,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봄날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빗방울 톡톡 떨어뜨리더니 어느새 폭풍우가 된 바람은 마음과 달리 표현이 서툰 친구 같습니다.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오고 싶은 대로 오는 바람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우리의 하루 같기도 하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게 심술을 부리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바람과 떠밀리고 맞서면서 부대끼며 친해졌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춰 버립니다. 바쁘게만 지내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