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는 프로 입단에 실패한 바둑 연구생 출신이다. 그때까지의 인생을 바둑에 쏟아부었고, 가족들은 그를 지원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희생했다. 프로 입단 실패는 그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었고, 바둑을 떠난 장그래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사회는 그를 딱히 써먹을 곳 없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고졸 출신 실패자, 낙오자로 여길 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턴으로 입사한 원 인터에서도 그랬다. 화려한 스펙을 가진 입사 동기들보다 전반적인 업무 스킬이나 경험이 뒤처지고 위축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입사 동기들 사이에서 장그래는 소극적이고 어리숙한 호구 캐릭터로 통했다.
하지만, 비록 실패했다 하더라도 치열하게 살았던 흔적과 경험은 결코 헛되이 사라지지 않는다. 바둑계에서 갈고닦은 집중력과 승부사적 기질, 그리고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은 장그래의 남다른 원동력으로 살아있었다. 그는 인턴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과정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학벌과 스펙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2년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하는 데 성공한다. 정규직이 되는 데에는 결국 실패하지만, 2년의 계약 기간 동안 장그래는 신입 사원이 보여주기 힘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거듭 성장해간다. 원 인터 시절을 다룬 시즌 1의 독자들이라면 장그래의 성장기를 응원하며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이 가득할 것이다.
시즌 2는 오상식 등 원 인터 시절 상사들이 창업한 온길 인터내셔널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장그래의 성장과 활약을 그린다. 이곳에서도 장그래는 더디지만 착실한 성장을 이뤄간다. 이때도 바둑의 힘에 많이 기댄다. 바둑에 빗대 삶을 통찰하고 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한다. 중고차 사업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포착하고, 요르단과 가나 시장을 개척하며 상사들의 도움 없이 자기 자신과 사업을 리드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그리고 시즌 2의 말미로 향하는 20권에서 장그래는 마침내 이렇게 되뇐다. ‘바둑을 은유해 삶을 배울 수 있지만 삶의 그리드는 바둑과 다르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