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거미라고?”
내게 주어진 두 번째 삶, 과연 나는 무얼 위해 환생했을까?
거미의 모성애는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늑대거미 엄마는 알주머니를 가슴에 품고 새끼들이 태어날 때까지 돌보기도 하고, 벨벳거미 엄마는 갓 알에서 나온 새끼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어 주고 죽음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단 거미 엄마뿐일까요? 줄도화돔이라는 물고기 아빠는 알을 자기 입안에 담아 부화시키고, 해마 아빠는 알을 자신의 배에 넣어 키우기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엄마와 아빠의 마음은 종을 가리지 않아요. 우리의 부모님도 마찬가지겠지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하온이 엄마가 하필이면 거미로 환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하온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이 거미의 모성애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하온이 엄마는 살아생전 벌레라면 딱 질색이었지만, 이제 징그러운 모습으로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아들을 만나러 떠납니다. 비록 아들이 거미로 변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도망친다거나 파리채를 휘두를지라도, 딱 한 번만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하나만 가지고, 가느다란 거미줄 한 올에 몸을 맡기지요.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함께하고 싶은 마음. 바로 이런 존재인 거예요, 엄마는.
“아들아, 네 탓이 아니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남을 탓하기도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탓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때 그런 행동만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하면서 과거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점점 괴롭히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하온이처럼 말이에요.
엄마가 떠난 것이 꼭 자기 때문인 것만 같아 자책하던 하온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한 번도 소풍을 가지 못했어요. 다시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겁이 나서였죠. 철모르고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의 마음에 감추어져 있던 상처를 깨닫는 순간, 엄마와 아빠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아팠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