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 열 번째 시집을 내면서 ― 4
1
나는 물을 베고 눕는 오리
나는 물을 베고 눕는 오리 ― 10
안개를 지우고 나를 지우고 ― 12
나와 간절한 대화 ― 14
캄캄한 길에 내가 서 있는 꿈 ― 16
의식이 엄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18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안 됐을 것처럼 ― 19
책에 관한 명상 ― 22
민들레꽃으로 살아가기 ― 24
해바라기는 어머니 얼굴 ― 26
나의 장미 ― 28
돌보다 더 단단한 악몽 ― 31
꿈 ― 34
옛날 초가에서는 ― 36
오늘의 집 ― 38
나무에 관해서 ― 40
절개지에서 버티는 나무처럼 ― 42
만혼 별곡 ― 44
망각 ― 46
어떤 죽음 ― 48
우울증 걸린 별 ― 50
별에 이름을 붙인다면 ― 52
2
빈 것을 두둔하고 싶은 날 오후
56 ― 빈 것을 두둔하고 싶은 말 오후
58 ― 얼음 냉면 먹고 싶은 날
60 ― 머리카락을 보며
61 ― 발바닥
64 ― 자연의 사전
66 ― 바람 바람 바람
69 ― 초록 터치
72 ― 젖는다
74 ― 어항 속의 살롱
76 ― 샤크콜러
78 ― 카이메로
80 ― 누수
82 ― 굴뚝
84 ― 금줄
86 ― 도공
88 ― 달이 보이지 않는다
90 ― 달마는 어디로 가고 있나
92 ― 삼년상
97 ― 옛날 집
98 ― 나무의 동면기
100 ― 나무를 찾아서
3
산책로에서
산책로에서 ― 104
발자국 ― 106
고목 ― 108
할미꽃 ― 109
나팔꽃 ― 110
경칩 무렵 ― 112
요즘 여름 ― 114
비 ― 116
소낙비 ― 118
개미 떼 ― 120
모기 날으신다 ― 122
옥수수 ― 124
풋사과의 계절 ― 126
물때 ― 128
강변에 모래밭 ― 130
황강 위의 안개 ― 132
사해에 누워 ― 134
야영 ― 136
[엄환섭의 작품 세계]
30년 시골 우편배달을 끝낸 시인 엄환섭의 열 번째 시집 『나는 물을 베고 누운 오리』
시인 엄환섭은 자잘한 일상사를 통해 시를 만들어 낸다. 특별한 기교도 빼어난 수사도 없다. 그런데도 그의 시는 심금을 울리는 메아리가 있다.
이는 시적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시를 알기 전에 이미 시를 감지하고 토해놓은 감각이라고 말할 수밖에 표현할 말이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엄환섭의 시는 이론적으로 배워서 쓰는 게 아니라 감수성이라고 하는 게 합당함을 실증한다.
삶의 모든 걸 다 내어 주고도 아쉬워하는 어머니의 눈빛이 담겨있는 것이 그의 시며, 시라는 말 대신 봄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엄환섭 시인의 작품 세계다.
30년간 엉터리 배달부였던 시인 엄환섭은 가시 돋힌 시를 쓰며 삶의 독거미를 키우고 있는 전생의 스님이다.
나는 우편물을 배달하는 엉터리 집배원
사람들의 요란한 마음을 배달하며 오늘도 길을 달린다
큰길 작은길
사람들 마음속에서 억척스럽게 빠져나오는 소리를
집집에 부려놓고 돌아서면 몇 방울의 웃음과 눈물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 「엉터리 배달원」 중에서
시인의 말
열 번째 시집을 내면서
눈길을 혼자 걸어간다
발소리는 사라지고 발자국만 남는다
눈이 나인지 발자국이 나인지 하나둘 소담하게 땅 위에 쌓이는 하얀 자취
끝없이 자연을 순례하는 나의 삶이 마치 자연 속에서 소풍 가듯 즐거운 날 즐거운 시간에 또 시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모두 자연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다
다만 시라는 말 대신에 봄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혹한과 얼음을 이긴 강인한 생명력이 있는 시가 단 한 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걸 다 내어 주고도 모자란 어머니 같은 눈빛이 자연 속에는 항상 있다
오솔길을 걷고 숲을 지나며 물소리를 듣고 새소리를 듣고 자연의 아름다운 열정에 들떠 읊조린 글이 단순한 서정이라는 전통을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의 끝없는 세계를 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