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쉬지 않고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제보다 그림마다 나의 삶이 투영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소중하다. 나의 그림에서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행, 그리움 되다》는 정년퇴직을 하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천천히 되짚어 보고 있는 한 노년의 그림일기이다. 하루의 일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먼 추억을 더듬고, 흘러가는 일상 속 번뜩이는 편린을 붙잡아 그림에 담고. 자신의 삶이 투영된 그림 하나하나가 일상이 되고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섬세하고 아담한 그림들은 과거와 지금 그리고 내일을 이어 준다. 그림들은 어느새 잊고 있었던 삶의 단편들을 떠올리게 하고, 따스했던 순간들을 사람들과 나누는 편지가 되고, 세대를 넘어 흐르는 이야기 강물이 되고,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자 기도가 되기도 한다. 노년이 가진 성찰과 여유로 한 장 한 장 모두에 감사와 사과, 후회와 겸허, 추억과 사랑이 담겨있고, 그래서 너나없이 모두 따스하고 평화롭다.
“여정 끝자락에 닿아 뒤돌아보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녀에게 그림과 일기는 그 자체가 일상이며,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힘과 계기이다. 이제 그림일기는 노년의 소소한 취미가 아닌 하루하루의 추억이자 쌓여 갈 하루하루에 대한 기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때론 몇 줄 정도의 단상에 그치는 담담한 그림일기 속에는 주위 사람과 주고받는 감사의 마음이, 왜인지 제법 멀어진 고향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언제나 곁에 있어 주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더욱 깊게 받아들이는 시간이, 손주의 탄생을 만끽하는 기쁨,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음에 대한 깨달음, 먼저 떠나간 이들에 대한 애틋한 인사가 따뜻하게 어려 있다.
인연 없는 타인이라 해도 누군가의 기록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중 노년의 기록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조금 더 특별한 무엇이 있다. 노년만이 겪을 수 있는 여유와 축적된 시간이 빚어낸 충실한 자기 정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또 한 번 이어지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