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어서 고민이라고요? 잘 들어 드리겠습니다!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저학년 동화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호랑이〉 〈미운 오리 새끼〉 〈개미와 베짱이〉 등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화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 속 이야기를 입말체로 능청스럽게 들려준다. 작가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관계 속에서 겪을 법한 고민들을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에 빗대어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정한 해법으로 풀어나간다. 사슴의 고민 상담소는 걱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
사슴은 숲속에서 이름난 고민 상담사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한 것도 아닌데 고민이 있는 동물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사슴을 찾아온다. 그리고 어둡고 침울한 낯빛으로 사슴을 찾아왔다가 사슴네 나무집을 나설 때면 모두 환해진 얼굴이 된다. 사슴에게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고민의 무게는 제각각이라서 남이 보기에 별 것 아닌 것일 수 있지만 그 자신에게는 빨리 빼 버리고 싶은 손톱 밑의 가시 같은 것이다. 고민을 털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 사슴은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사슴을 찾아온 친구들은 그 배려의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사슴은 들을 준비가, 친구들은 말할 준비가 되어 간다.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잘 지내고 싶어요!
사슴네 집에는 늘 따뜻하고 향긋한 차와 커다란 찻잔이 준비되어 있다. 찾아오는 모든 친구들에게 먼저 차를 건네기 때문이다. 그곳에 오기까지 발걸음이 무거웠을 것을 아는 사슴의 작지만 속 깊은 배려이다. 오늘의 첫 방문자는 숲속에서 빠르기로 소문난 토끼이다. 잔뜩 풀이 죽은 채로 찾아온 토끼는 거북이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어쩌다 지고 말았고, 그 덕에 느림보라는, 토끼로서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어 고민을 한가득 안고 왔다. 그런데 토끼에게 뭐라 말해 주기도 전에 이번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