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10년 넘게 꼬박꼬박 출근하듯 “데모하러 간다”
정보라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오랜 주제 중 하나는 ‘고통’이다. 고통이라는 주제에 천착한 이유를 “삶이 고통의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적 있다. 자신이 전공한 러시아 혁명기 유토피아 소설은 대부분 고통에서 시작하는데, 세상이 이렇게 고통스러우니 혁명을 통해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이야기라고. 그게 와 닿았다고. 『아무튼, 데모』는 유토피아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 유토피아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세월호 추모 및 진상조사 요구, 성소수자 인권 보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고노동자 복직, 차별금지법 등을 지지하는 집회나 시위에 열심히 참가해온 작가의 기록이 빼곡 담겨 있다. 10년 넘게 꼬박꼬박 출근하듯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집회 현장을 오갔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_나는 언제나 집회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진상 규명”, “차별 금지”, “복직 보장”, “제정 촉구”… 집회에서 울리는 구호들이다. 이 구호가 실천된다고 해도 “대다수의 이성애자 비장애인 한국 국적 시민들”의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당사자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들이다. ‘전장연’ 집회에 참여하고 그들과 함께 지하철 선전전을 했던 작가는 단언한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 타인의 몸을 경험할 방법은 없으니까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세상을 정말 전혀, 하나도, 결단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배우거나 이해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정보라 작가에게 집회나 시위는 배움의 장소이다. 정부와 권력과 제도가 노동하는 시민을, 살아 있는 인간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노동자로서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나의 노동으로 세상이 돌아가는데, 그 권리를 어떻게 찾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