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그러지 말고 일단 커피부터 한잔해
1부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고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섞이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무표정으로 카페에 들어가는 법
커피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객장의 자판기 밀크커피
저 카페가 나를 위해 문 열었을 리 없다 하여도
2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도 그냥 살아 보는 마음
오늘도 환상을 마십니다
따뜻한 라테 한잔 마실 수 있기를
네가 그리울 때 나는 커피가 마시고 싶더라
목욕탕에서 나를 구해 준 삼각커피우유
번외: 커피 칸타타를 보고 편지를 띄웁니다
3부 나를 알아 가고, 너를 이해하며
오늘의 커피를 추천해 드립니다
수술 환자의 커피 레시피
캔커피에 녹여 삼킨 그 시절의 불안
믹스커피계의 고수
Turn, baby turn
4부 모든 간절함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커피는 커피고, 녹차는 녹차
그런데 카페인이 문제였던 게 맞기는 맞습니까?
오늘은 쉽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다만 나를 구하소서
번외 | 누구에게나 한 모금의 환상은 필요하다
에필로그 | 다음 진료일은
“일단 커피 한잔해”
숨 고를 시간이자 숨구멍이 되어 주었던
작은 음료에 관하여
“저는 지금 한 번 사는 인생 잘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는 게 아니에요. 더 활기차게 살려고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저는 숨 한번 들이마시고 내려가려는 거예요. 다시 가라앉을 걸 알고도 잠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위해 열심히 발길질하는 거라고요.”
_「프롤로그」에서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져 이삼 주에 한 번씩 수술을 반복하며 7개월 반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 후 네 살 때 원인 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이 상실됐다. “아이를 위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도와 병원비 결제뿐”임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에 울부짖고 싶은 마음이” 될 때마다 저자를 구한 건 커피였다. 커피는 “삶에 허락된 단 하나의 자유”였다. “일단 커피부터 한잔해” 속삭이며, 코드 블루가 울려 퍼지는 대학 병원에서 숨 고를 시간을,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한 마음에 숨구멍을 내주었다. 느닷없이 삶을 덮친 혼돈과 슬픔을 커피 한 모금에 깃든 환상과 배합하여 독자를 끌어당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는 내가 직전까지 어디서 무얼 하던 사람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그 산뜻한 장면 전환이 좋다. 내 앞에 놓인 고작 커피 한 잔이 나의 호흡을 한 템포 느리게 만들어 주는 것도, 뜨거운 김이 조금 식는 동안 숨 고를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좋다. 내가 있는 곳의 안과 밖 그 무엇 하나 바꿀 수 없어도, 안과 밖 그 너머에서 내 삶을 잠시 관조할 수 있게 시간을 멈춰 주는 커피가, 나를 살렸다.”
_본문에서
“모든 간절함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언제까지고 아플 아이의 엄마”가 어떻게든 커피 한 잔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분투가 생생하고도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 이 에세이는 비단 저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망망대해 조난자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 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