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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 시인의일요일시집 26
저자 서진배
출판사 시인의 일요일
출판일 2024-03-27
정가 12,000원
ISBN 979119273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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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얼흥얼 / 이사 2 / 액자의 기울기 / 양말 / 잠만 자는 방 / 이사 / 811호 / 바늘의 자리 / 통화 / 스마트폰 두고 사람에게 길을 묻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센서등 / 화석 / 폐지 / 줄다리기 / 시간의 약도 / 우리의 혼잣말은 언제 만날까 / 서울가정의학과의원 / 복용법 / 돋보기 / 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 당신은 벽을 하나 키웠습니다 / 접는 선 / 미다스의 손 / 숨은그림찾기 / 시력검사 / 무릎의 무렵 / 왜 전동차 문은 늘 내가 달려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닫힐까 / 허수아비 / 접촉사고 / 저울 / 남탕 / 고양이 무게를 재는 법 / 보물찾기 / 공 / 밖을 부르는 안 / 당신이 비누를 고르는 법 / 거기도 정전이야? / 도큐하우스 / 선화동 콩나물밥집 / 후지필름 / 제주석물원 / 차귀도 / 어떤 위로 / 우리가 울린 게 아닐까 / 공포탄 / 푸른치과 / 리누갤러리 / 덤덤 / 우리는 누군가의 울음을 훔쳐 울고 / 공터 / 마라도 / 매듭법 / 장난감 기차, 기차 떠나간다 / 이름

해설
슬픔의 강을 따라 흥얼대는 노래 | 이경수(문학평론가
마음을 돌볼 줄 아는,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숨결의 시

서진배의 시는 결핍에서 온다. 아픈 가족사와 그 중심에 있는 어머니, 그리고 벗어날 길 없는 가난. 흔하다면 흔한 사연일 수도 있지만 결핍의 시간을 지나며 거기서 꽃핀 것이 서진배의 시다. 그런데 서진배 시에 돌올한 개성을 입힌 것은 마음을 돌볼 줄 아는 예민한 시선에 있다. 결핍에 아파하고 괴로워했던 시간을 견딘 이에게만 허락된 시심이 서진배의 시에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서진배의 시에 짙게 드리운 슬픔과 페이소스는 삶의 고단한 체험에서 빚어진다. 가난에 익숙해진 서민들이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순간들에서 서진배 시인은 시적인 순간을 발견한다. 서정시가 오랫동안 내내 지켜 온 자리를 서글프지만 담담하게 그의 시가 지키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는 담담한 전언은 지독한 슬픔과 지난한 아픔의 시간을 견디며 생성된 것이다. 서진배의 서정적인 시들이 종종 세상에 대한 알레고리로 기능하거나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까닭은 체험의 단단함에서 비롯된다.

서진배 시인의 첫 시집에 지배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슬픔이다. 슬픔은 누군가를 상실한 체험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결핍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감각이나 버림받은 경험으로부터 발생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서진배의 시는 그런 이유로 흘러나오는 슬픔을 예민하게 감각하면서도 슬픔에 젖어 들어 매몰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슬픔을 느끼는 결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에 오히려 주목한다. 서진배의 시에서 슬픔이 마음을 돌보는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