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금정연 추천사
망해가는 세상, 과연 무엇이 ‘최고의 삶’인가
독보적인 문제의식과 날카로운 시각
리얼리스트 김사과가 그려내는 이 시대의 초상
2000년대 출현한 가장 새로운 가능성으로 불리며 어떠한 계보도 따르지 않는 신선하고도 놀라운 작품을 발표해온 소설가 김사과가 『더 나쁜 쪽으로』 이후 7년 만에 세번째 소설집 『하이라이프』를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 특유의 독보적인 문제의식과 당대를 읽어내는 기민함이 돋보이는 단편소설 아홉편을 묶었다.
더 나쁜 쪽으로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망한 것이 아니라는 역설적인 희망을 이야기했던 소설가 김사과가 이번에는 독자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가를 묻는다. 주제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이번 소설집의 제목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과연 어떤 인생의 양태가 ‘최고의 삶’인가를 묻는 동시에 환멸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망해가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허위를 읽어내되 한가닥 희망을 잃지 않는 끈기, 그 불균형과 안간힘 사이에 놓인 김사과의 작품은 지금 이 시대의 위태로운 징후를 예리하게 묘파한다.
현대사회의 세태, 현대인의 판타지를
냉철한 시각으로 꼬집는 아홉편의 이야기
마치 연작처럼 읽히는 이 아홉편의 작품은 완전히 망해가는 나머지 인간조차 아니게 된 존재들이 등장하거나(「서문_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 「귀신들」, 중산층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현대인의 판타지를 꼬집거나(「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두 정원 이야기」, 환상적인 설정을 활용하여 현대사회의 현실과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용(「소유의 종말」 「벌레 구멍」 「몰보이」이 주를 이룬다.
표제작 「하이라이프」에는 코카인을 쉴 새 없이 흡입하고 도시를 배회하는 상류층이 등장하는데, ‘high life’는 상류층의 삶을 뜻하는 동시에 마약을 하고 환각에 취한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마약에 취한 채로 시시각각 많은 것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