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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조선시대 사람들의 모빌리티 - 모빌리티인문학 총서 53
저자 신재훈
출판사 앨피
출판일 2024-03-29
정가 16,000원
ISBN 979119264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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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장 모빌리티 통제의 조건 본관과 신분
MBTI, 혈액형, 본관
본관제의 역사
고려청자 vs 조선백자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탄생

제2장 왕의 이동 온행과 능행
꽃놀이 다니는 고려의 왕
민폐를 두려워한 조선의 왕
태조 이성계가 평주 온천을 찾은 까닭은?
세종이 사랑한 온양 온천
세조가 온행길에 여우사냥을 한 까닭은?
온천 마니아 현종
온행 때 과거 시험을 치른 이유
국왕의 대표적 이동 명분, 능행
참배와 취미 생활 사이에서
능행왕 중종
외유에서 대민 행사로
정조, 능행에서 왕의 위엄을 드러내다

제3장 양반에게 특화된 형별이자 이동 유배
부처付處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까지
고려의 유배형 vs 조선의 유배형
악명 높은 유배지
유배, 사림파 성장의 배경이 되다
좌절과 재기 사이에서
유배지에서 꽃핀 학문
제주도의 유배인

제4장 뜻하지 않은 해외여행 표류
넘쳐나는 표류기의 배경
조선의 해금 정책과 공도 정책
표류를 통해 알 수 있는 동아시아 국제질서
해금 정책의 배경이 된 왜구와 정성공
홍어 장수 문순득, 동양의 신드바드가 되기까지
정약용이 제안한 표류민 대응 정책
푸른 눈의 표류인, 벨테브레와 하멜

맺음말
능행과 유배, 표류 등 ‘제한적 이동’ 양태들

전통 시대의 이동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자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변화가 거의 없는 농경사회에서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이동은 그 자체로 커다란 충격과 변화상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었다. 실제로 외부 세력의 유입은 새로운 문물의 전달자 역할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자극제 역할을 하였다. 때문에 전통 시대의 이동은 근대사회 이후의 이동보다 횟수는 적지만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조선 사람들의 모빌리티 양상과 효과를 파악하려면 ‘제한적 이동’이라는 기본 조건과 함께,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사회구조로서 본관제, 조선의 통치 이념인 숭유억불과 농본억말, 지방 호족 중심의 지방분권제에서 중앙집권적 통치 질서로의 변화, 해상무역을 금지하는 해금海禁 정책과 중국을 천자국으로 섬기고 이웃 국가를 교화한다는 사대교린의 외교정책 등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이동 원인과 신분별 이동의 변화상, 이동으로 생기는 효과와 역사적 의미 등을 짚어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이동 양상과 변화상을 보면, 그들 역시 현대인 못지않은 이동 욕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책 속에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차이는 모빌리티의 차이와도 연관된다. 고려와 조선에서 이동 제한의 배경으로 작동한 본관제는 고려시대에 시작되었지만, 고려의 지방 통치는 어디까지나 지방 호족과 세력가들에게 어느 정도 맡겨진 지방분권의 형태였으며 고려 말까지 중앙집권적 통치에는 다다르지 못하였다. - 31쪽

이런 상황에서 신하들에게 둘러싸인 답답한 궁궐을 벗어나 백성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온행은 왕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침 현종은 지독한 피부병을 앓고 있었으니 질병 치료를 위해 온행을 나서면 신하들도 말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종은 재위 기간 동안 총 5회의 온양 온행을 단행했다. 피부병과 안질을 치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