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 작은 먼지와 용감한 아기 고양이가 전하는 ‘함께’의 미학
그림에 영혼을 붓는 작가, 드로잉을 하루도 거를 수 없어 매일같이 그리고 또 그린다는, 천생 작가인 이진희 작가가 4년이 넘는 공백을 깨고 숲속의 먼지 이야기로 돌아왔다. 먼지라니? 그렇다. 늘 보아 왔지만 한 번도 그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보지 못했던 그 먼지가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먼지는 작디 작은 숲에서 태어났다. 먼지가 왜 이 숲에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랐고 알려 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응시하고 떠밀리듯 움직이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할 뿐이었다. 먼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숲에 사는 얼룩덜룩이를 향해 인사를 건네지만 뜻하지 않은 위험에 처하고, 그 과정에서 용감한 아기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아기 고양이는 칠흑 같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먼지 곁을 지키고, 둘은 그 계절을 함께하며 친구가 되는데…….
작은 숲에서조차 존재감 없던 먼지를 향해 기꺼이 손을 내민 아기 고양이의 다정한 마음, 외로이 숲을 배회하던 고양이를 따스하게 감싸안은 먼지의 지긋한 애정, 서로가 함께인 걸로 충분하다는 이들의 고백이 『숲속의 먼지』를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다.
일상의 온도를 덥히는 선물 같은 만남에 대하여
이진희 작가는 그림책 『어느 날 아침』에서, 소중한 것을 잃은 이의 아픔과 치유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뿔을 잃은 사슴이 그 아픔을 치유받는 공간은 사슴 혼자만의 골방이 아니라, 뿔을 찾으러 떠난 여행길에서였다.
“…… 따뜻한 미풍과 서늘한 공기, 슬픔과 기쁨이 연결된 모호함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종종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따뜻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과 나의 작은 아픔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어느 날 아침』 작가의 말 중에서
이러한 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작가는 물의 냄새, 우연히 마주친 동물들의 눈망울, 초록의 풀들을 바라보며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도토리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