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가 진중(陣中에서 쓴 《명상록》에는 스토아철학자의 정관(靜觀과 황제의 격무라는 모순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애조(哀調가 담겨 있다.
그는 황제로서 정치적ㆍ군사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했으나 한 자비로운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리스의 수사학과 스토아철학에 바탕을 둔 높은 교양인으로서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명상록》의 그리스어 원제(原題는 ‘타 에이스 헤아우톤’으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이란 뜻인데, 그의 성실하고 진지한 인품과 자기 주위와 세계를 깊이 통찰한 명상의 결정(結晶을 보여준다.
…… 이 세상의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 유전하며, 생명도 이름도 기억도 결국은 망각의 심연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이러한 덧없는 것들에 애착을 갖는다면 인간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우주의 진상(眞相은 변화에 있으나 그 변화 속에 통일이 있다. 그 통일의 지배를 믿고 운명을 감수하는 것이 ‘자연을 따르는 길’이며 오도(悟道의 생활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며 우리 인생의 모든 일은 우주 전체의 통일 속에서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신에 복종한다는 것은 바로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 된다고, 아우렐리우스는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스토아철학적인 인생론뿐 아니라 우주, 신(神, 편재(偏在하는 로고스, 인간 존재와 영혼의 문제,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등이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원래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것은 남에게 읽히기를 의식하고 쓴 것이라기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솔직히 적어놓은 일기문의 형태로 되어 있다. 전체가 12권으로 분류되고 비교적 만년(晩年에 쓰여진 것으로 추측되나, 소란한 시대에 황제의 신분으로 바쁜 정치와 군무(軍務에 시달리면서 틈틈이 생각에 잠겨 붓을 들었을 것이기에 각 권의 저술 시기는 각각 다르리라고 판단된다.
이 글의 원문은 그리스어로 되어 있는데, 그 문체는 매우 간결하고, 때로는 잠언적(箴言的인 메모와 같은 특색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