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하고 영리한 어린아이들이 만들어 낸 유쾌하고 풍자적인 소동
라신 아저씨는 시골에서 배나무를 한 그루 기르고 있다. 아저씨의 배는 농업박람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맛있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라신 아저씨의 배를 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저씨는 배를 누구에게도 팔거나 나누어 주지 않고 혼자서 다 먹어 치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의 배들이 몽땅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저씨는 괘씸한 배 도둑을 잡기 위해 몰래 보초를 서고, 전혀 예상치 못한 괴상한 배 도둑과 맞닥뜨리게 된다.
배 도둑은 바로 이 세상 그 어떤 동물과도 닮지 않은 괴물이었다. 라신 아저씨는 몹시 배고파 보이는 괴물에게 먹을거리를 조금씩 나누어 주기 시작하고, 둘은 곧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런데 신비로운 괴물의 정체가 궁금해진 아저씨는 파리에 있는 왕립 학회에 자문을 구하고, 이 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괴물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괴물의 존재를 알게 된 부자들은 괴물을 돈벌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정치인들과 언론은 설레발을 치며 요란스럽게 떠받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괴물은 학회에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괴물은 바로 넝마와 헝겊 조각으로 분장한 두 명의 어린아이였다. 예상치 못한 괴물의 정체에 충격을 받은 학자들과 세상 사람들은 큰 소동을 벌이지만, 라신 아저씨는 두 아이의 재치와 참을성을 칭찬하고 함께 시골로 돌아온다.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인물들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선입견과 차별을 경계하는 작가의 면모를 잘 보여 준다. 맛있는 배를 독차지하는 것만 봐서는 욕심쟁이 같지만 배고픈 낯선 괴물에게 먹을 것을 선뜻 나누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라신 아저씨, 온순해 보이지만 장난기로 똘똘 뭉친 괴물, 학문과 지성의 상징이면서도 괴물의 정체에 놀라 우왕좌왕하는 왕립 학회의 학자들 등 다채롭고도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이 그러하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한바탕 소동을 구경하고 나면 낯선 이와 새로운 현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