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음식인문학자가 차린 식탁 위의 20세기 한국사
프롤로그 한국 음식의 역사를 어떻게 시대구분할 것인가
1부 개항기, 다양한 외래 음식이 들어오다
제물포의 다이부쓰호텔과 중화루
서양인, 서울에서 식사를 하다
정동 화부인 손탁과 손탁호텔
일본인의 이주와 식품공업의 유입
2부 국밥집
0 가장 오래된 외식업, 국밥집
많이 드십시오!
한 그릇의 끼니음식, 장국밥
1 서민의 한 끼, 설렁탕
설렁탕의 유래
서울의 명물이 되다
제맛을 잃어버린 설렁탕
2 가을 식객을 사로잡은 추어탕
추어탕집 풍경
추어탕 조리법
사시사철 먹으니 양식 미꾸라지뿐
3 개장의 변이, 육개장
개장을 둘러싼 오래된 찬반양론
개장에서 육개장으로
4 육회비빔밥 탄생의 비밀
비빔밥의 본래 모습
육회비빔밥의 탄생
비빔밥의 양념으로 굳어진 고추장
5 면옥집의 대표 메뉴, 냉면과 만두
냉면, 겨울음식에서 여름음식으로
냉면+아지노모도=미미
개성의 대표 음식, 편수
밀가루로 만드는 색다른 음식, 만두의 대중화
6 근대가 만들어낸 음식, 삼계탕
늘어난 닭고기 소비와 닭요리
닭고기보다 인삼을 앞세운 삼계탕
(특집 김치, 조선 배추에서 호배추로
만반진수가 있더라도 김치가 없으면…
배추김치의 변천사
3부 조선요리옥
0 고급 음식점, 조선요리옥의 탄생
조선요리옥 원조 이야기
가자, 명월관으로!
1 신선로, 조선요리옥의 상징이 되다
요릿집 상차림의 으뜸, 신선로
신선로는 음식이 아닌 식기 이름
뜨끈뜨끈 운치를 더하는 신선로 맛
2 구절판은 궁중음식이었을까?
흔치 않았던 식기, 구절판
구절판의 핵심은 밀전병
3 한정식의 기본 요리, 탕평채
영조의 탕평책에서 비롯된 음식?
탕평채는 담백한 맛이 일미
4 전복초가 요리옥 식탁에 오르기까지
궁중 잔치에서 명월관의 식탁에 오른 전복초
말린 전복에서 통조림 전복까지
대량 채취로 씨가 마른 자연산 전복
5 쇠고기 편육, 고
1. 음식사의 독창적인 시대구분, 비판적 음식인문학의 시작
-이 책의 주요 내용 1
음식의 관습은 정치와 경제 제도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특정한 음식 재료 또는 메뉴의 유행과 같은 사회·문화적 변동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책의 프롤로그 〈한국 음식의 역사를 어떻게 시대구분할 것인가〉에서는 한국 음식의 역사상 분기점이 되는 시기를 독창적으로 구분하여, 한국 근대사의 흐름과 주요한 사건 안에서 한국 음식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기존 한국사의 시대구분과 다른 음식사의 독창적인 시대구분은 음식학의 특징이자 음식인문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국 음식사에서 첫 번째 분기점은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서양인·중국인·일본인이 대거 유입된 1880년부터 1900년까지로,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본격적으로 국경을 넘어 한반도의 음식 생산과 소비 문화를 변화시켰다. 두 번째 분기점은 1890년대 이후부터 1940년까지로, 이때 조선요리옥과 선술집, 대폿집 등 근대적 외식공간이 본격적으로 탄생했으며, 수많은 조선 음식이 식당의 ‘메뉴’로 변모한다. 세 번째 분기점은 한국전쟁 발발 시기로, 남북의 인구가 교차 이동하면서 특정 지역의 토속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네 번째 분기점인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는 급격한 이농과 도시화로 타지에서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고향음식들이 도시의 음식점에서 크게 유행했다. 전국적 교통망의 구축과 경제성장으로 지역 간 접촉이 빈번했던 1970년대에는 관광음식이 서울 도심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육류 및 농수산물 수입 또한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는 도시 구축이 완성 단계에 돌입하고 본격적인 세계화를 맞는 시기로, 배달 음식과 값싼 음식, 다국적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음식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위해 한국 음식을 대상화, 타자화함으로써 정체성을 만들려는 음식 민족주의를 야기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 사업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