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도 마음에도
얼룩이 생기는 날
빨래방을 운영하는 남개미 작가는 한없이 돌아가는 세탁기를 바라보다 “내 마음도 매일 빨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마음 빨래》는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 라미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기분 좋게 밖으로 나간 아이는 연이어 황당한 일들을 경험한다. 새똥을 맞고, 놀이터에 도착했는데 친구들이 없고, 급기야 비가 내리고 비를 피하다 철퍼덕 넘어지기까지 한다. 새 옷은 더러워졌고 기분도 엉망이다.
작았던 먹구름은 점점 커지고 빗줄기도 굵어지지만 반대로 라미는 점점 작아진다. 커지는 먹구름이 라미의 속상한 기분을 은유해 표현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날이 있다. 옷을 세탁하듯 마음의 세탁이 필요한 날.
달달달달 달달다알
마음을 세탁해 볼까?
라미는 울음이 터지지만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새 옷이 더러워져서도 아니고, 새똥 때문도 아니고, 놀이터에 친구가 없어서도 아니라고, 라미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말한다. 보통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니다. 복합적인 상황이 마음의 얼룩을 만들고 눈물을 샘솟게 한다.
라미는 비를 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가 어딘지 모를 깊은 곳으로 빠져 버린다. 그곳은 라미의 마음속이었던 것. 세탁기 돌듯 돌아가는 마음속에서는 라미는 조그만 얼룩들과 함께 빙글빙글 세탁된다. 그러다 마주한 커다란 마음 얼룩. 라미는 얼룩을 피하지 않고 툭툭 건드려 보다가 조물조물 주무른다. 까맣던 얼룩은 점점 하얘지고 라미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부정적인 마음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스스로 그 감정을 잘 살펴보고 보듬어 주면 희미해지다가 해소될 수 있다. 라미가 커다랗고 낯선 얼룩을 만났을 때 무섭다고 도망가지 않고 어루만지며 놀았던 것처럼 말이다.
또 보고 다시 보고
독후 활동지와 수업 자료로 풍성하게
《마음 빨래》는 남개미 작가의 첫 그림책이지만, 작가는 그림책교육전문가로 매달 성인들을 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