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읽어내는 채만식의 탁월한 시선,
이를 풀어 보여주는 입담과 유려한 문장
1920~1930년대에 활동한 소설가 채만식은 2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긴 시대의 대표 작가이다. 더불어 당시의 소설에 우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제 강점기라는 참혹한 현실에서도 우리 민족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민족의 암흑기였던 시기에 문학이 더욱 풍성해지고 성숙해진 것은 그만큼 진실한 역사와 삶이 존재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의 소설을 읽을 때 큰 어려움에 부딪히는 이유는 바로 어휘 문제 때문이다. 지금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말, 생소하고 난해한 단어들로 인해 문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거나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어휘들을 가급적 많이 찾아내고 풀이하는 작업은 누군가 꾸준히 해야 할 일이었으며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채만식 소설어사전》은 단순한 어휘 풀이를 넘어 소설 속에 쓰인 문맥을 따라 새로 뜻을 풀이한 것이 특징이다. 소시민과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현실을 그려 나갔던 채만식의 작품 세계를 면밀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국어사전에 없던 토박이말 1,600여 단어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방언, 의성어와 의태어, 준말 등 다양한 어휘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는 작가 채만식이 당시의 어느 작가 못지않게 어휘 구사력이 뛰어났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