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단지 하나의 이유로만 탄생하지 않는다.
“어쩌면 수호의 모두가 그래왔어. 이 감옥 같은 우주선 안에 갇혀 지구의 주변을 배회하며 우리 모두 고립돼왔어.”
-149쪽.
지구에 대한 향수를 ‘지랄병’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찍는 수호. 그리고 ‘지랄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격리된 엄마를 시뮬레이션 속 영상으로만 바라봐왔던 ‘월’. 그런 엄마를 격리시킨 당사자이자 수호를 이끌어가는 권력자인 월의 할머니 ‘난정’. 중심에서 자란 ‘월’을 배척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곽의 아이들…. 이 소설은 설정에서부터 차별을 복잡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초반에 ‘지랄병’을 ‘지구앓이’라는 이름으로 재전유하고자 하는 정체성 투쟁을 중심에 두고 전개되던 소설은, 어느새 월이 수호의 지난 역사와 관련된 과거 시뮬레이션 속으로 빠져들면서 차별을 다루는 양상이 폭넓어진다. 수호라는 우주 콜로니는 대체 어디서 왔는가, 지구에 있는 인류의 문명은 어쩌다 멸명에 가까이하게 되었는가, 수호에서 벌어진 권력 쟁투는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것이 어떤 형태의 구조를 정착시켰는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던 집단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차별과 윤리에 접근할 때 흔히 하나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며, 그 이분법을 뒤집기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차별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그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구조적 한계에 의해, 사람의 한계에 의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등등 다중의 요인들이 연결되고 축적되어 자리한 것이다. 물론 이것들이 어떤 차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별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축적된 차별적 요인들을 톺아보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수호의 파수꾼』에서 주인공 월이 수호의 지난 역사와 마주하는 과정, 자신이 그 역사 속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시대와 맞부딪치는 과정은 바로 차별이 어떠한 형태로 단단하게 뿌리 박았는지를 탐구하는 한 방식인 것이다.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