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토하지 않고 잤다 013
요 며칠간 일기를 쓰려다가 세 번 정도 실패했다 020
진료비는 십만칠천 원이 나왔다 025
엄마는 내가 본 최초의 우는 사람이었다 029
아빠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033
아무것도 아니고 싶지 않다 036
그것은 고발처럼 보이기도 한다 041
견뎌야 한다는 진실만은 명백하다 044
언니의 손에는 있다 046
안 죽으려고 짜장면을 먹었다 049
아빠의 얼굴을 찍었다 052
뜨거운 물이 하는 일 057
세계화를 닥치게 하고 싶은 사람 063
거기서 엄마를 만났다 065
집세를 제때 낼 돈이 없다 066
좆된 경우 068
나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072
그럼에도 나는 돈이 필요한 사람 074
제적이 뜰지도 모른다 077
나는 하루종일 언니의 이름을 품고 있었다 079
근심이 빚처럼 쌓여 있다 082
사소한 우정의 순간들이 나를 구한다 084
목소리로는 숨길 수 없는 것들 087
제발 졸업을 하고 싶다 089
토가 나오려고 했다 091
거지가 거지를 키우는 게임 093
동생과 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097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고도 남는다 100
거짓말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102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105
2017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무성의했던 순간들 109
엄마에게 연민과 죄책감을 느낀다 111
나의 악몽에는 언제나 가족들이 나온다 112
아빠의 시신과 단둘이 누워 있던 두 시간 115
그는 충분히 죽지 않았습니다 119
아빠는 날 위해서 모든 걸 했다고 말했다 121
우리가 잠들었을 때 일어난 일 122
말은 날 더럽게 만든다 124
살아 있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126
저는 찍었고, 그래서 존재했습니다 128
언니와 섹스를 이전처럼 할 수 있을까? 132
왜 이런 좆같은 작업을 하시나요? 137
나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141
좀더
이연숙 작가는 2013년부터 팟캐스트 퀴어방송을 100회 이상 진행하였으며 2015년부터 대중문화와 시각예술에 대한 글을 다양한 지면에 발표해왔다. 또한 기획/출판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Agrafa Society’의 일원으로서 웹진 ‘세미나’(www.zineseminar.com를 공동으로 기획, 편집했고, 프로젝트 ‘OFF’라는 이름으로 페미니즘 강연과 비평을 공동 기획했다. 또한 이연숙은 2021년 ‘SeMA-하나 평론상’을 받으며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견인할 젊은 미술평론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격년제로 시행하는 국공립미술관 최초 평론상으로서 자격제한 없는 공모제와 공정한 블라인드 심사를 원칙으로 한다. 이연숙은 SeMA-하나 평론상 4회 만에 나온 첫 단독 수상자로서 글 자체에 내재된 정동과 감각적 생동감, 분석 대상에 깊이 파고드는 힘과 글맛을 자유자재로 내는 문장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상의 내장을 두루 어루만지는 촉수가 되기를 기원한다(김영민는 심사평과 함께 학제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전방위적 비평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문혜진를 한몸에 받았다. 이후 비평가 이연숙은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펴낸 첫 책 『진격하는 저급들』에서 퀴어한 삶에서 서로 경합하는 저급한 것들이 어떻게 정치적이고 급진적일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연숙은 해당 책에서 ‘퀴어’라는 개념이 최소한 문화예술계에서 ‘킨키한kinky’ 같은 용례 혹은 ‘성적 소수자’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퀴어는 다양한 성적 정체성을 아우르는 우산 개념으로서의 의미를 초과함을 이야기한다. ‘그런 식으로 살지 않을 수 없는’ 스스로 실패하기도 전에 ‘실패가 당신을 선택하는’ 패배자, ‘정상 사회’라고 하는 내부를 구성하기 위한 ‘평균 미만에 존재하는 실패자로서의 퀴어’들과 정답 없는 질문들을 나눈 소중한 비평적 지향점을 첫 책에 담은 셈이다.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은 그러한 반복되는 ‘실패’의 생채기가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