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라 도시코는 일본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한 뒤 학업보다는 작가가 되는 것에 뜻을 두고, 당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고다 로한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후 낡은 관습을 벗어나지 못한 스승의 지도법과 스스로의 창작 능력에 의문을 품고, 스승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고다 로한의 문하생이자 선배였던 다무라 쇼교와 결혼했는데, 소설이 팔리지 않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자, 다무라 쇼교는 도시코에게 계속 글을 써 돈을 벌도록 압박을 가했다. 남편의 강압 아래 쓴 「단념」이 《오사카아사히신문》 현상공모에 1등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자신은 상금을 목적으로 쓴 소설은 문학작품이 될 수 없다고 부정했지만, 당시 신문에선 일본 최초로 본격적인 여성 작가가 등장했다고 크게 다루었다.
다무라 도시코가 주로 다룬 주제들은 자의식에 눈뜬 여성의 자립 의지와 그것을 꺾는 현실의 대립, 남성과 대등한 입장에서 살기 위해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여성의 절규에 가까운 반항의식 등이었다. 대부분 여주인공들은 파멸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자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려는 타인과 사회를 완강하게 거부한다.
“절대 밖에 나가면 안 돼.”
의심으로 가득 찬 집안 사람들의 눈이 지사코의 주변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버지도 지사코가 들에 무엇을 하러 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기자 열매를 보러 갔어.”라는 말을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집에 있기 싫증 난 지사코가 바깥으로 어슬렁어슬렁 놀러 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학기부터 지사코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자고 집안 사람들은 의논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학교를 쉬기로 했다. 아버지는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잘 복습해두어야 한다고 지사코에게 말했다.
지사코는 혼자 쓸쓸히 공부했다. 그런 지사코에게 붉은 구기자 열매의 진짜 유혹이 곧 찾아왔다. 구기자의 붉은 그림자로부터 남자의 손이 점점 진하게 나타나 지사코를 사로잡았다. 지사코는 남자의 손이 닿는 느낌에 확실히 눈뜨게 되었다. 내리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