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청소’라는 국가범죄, 그리고 진실을 향한 여정
국가범죄는 빈곤 ‘청소’를 이유로 자행되었다. 빈곤을 감금하고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감금과 수용을 통해, 한국 사회는 해결해야 할 모순을 끌어안기는커녕 보이지 않는 척 외면했다. 그렇게 ‘고립된 빈곤’의 역사가 지속됐다. 저자는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형식을 각 장마다 채택하였다.
1장은 생존자들의 뜨겁고 참혹한 체험을 전달하기 위해 구술록 형식을 취했다. 형제복지원이라는 악독한 세계를 구축한 ‘설계자들’을 고발하는 2장과 진실을 알리기 위한 이들의 투쟁 과정을 기록한 4장, 그리고 형제복지원의 또 다른 감금 시설들을 다룬 7장에서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도입했다. 형제복지원의 잔혹한 현실을 피해자들의 증언에 기반을 두고 정리한 3장은 픽션 형식을 취해 당시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살아남은’ 이들의 투쟁 경험과 소감을 정리한 5장은 인터뷰 형식을 도입해 피해자들의 입을 통해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6장은 소논문 형식을 통해 빈곤을 ‘청소’해온 국가범죄의 현대사를 차분하게 ‘기록’했다.
다양한 형식을 통해 국가가 국민에게 가한 ‘테러’와 폭력을 기록하는 동안, 저자는 그에 맞선 보통 사람들과 피해자들의 끈질긴 싸움 역시 역사 속에서 제자리를 찾기를 갈망한다. 국가는 빈곤을 고립시켰지만, 빈곤은 닫힌 그 문을 스스로 열어젖히고 세상을 향해 진실의 손을 끊임없이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늦었고 아직 이른, 두 시간 사이에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때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너무 늦었고, 아직 이르다. 형제복지원이 집중 조명되던 때로부터 늦어버렸고, 형제복지원 사건이 온전히 진상 규명돼 부랑인을 대규모로 감금하던 현대사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고 성찰될 어느 시점에는 아직 닿지 못했다. 두 개의 시간 사이에서, 《고립된 빈곤: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을 2024년 출간한다. 오지 않은 미래와 지나간 과거 사이의 어느 때일 것이다.”
두 시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