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入口] 알몸의 소녀
제 1부 - 시간
첫 단추
블루존 식단
거품이 사라졌을 때
겨울나무
광물의 파편
균형의 찰나
제 2부 - 관계
어지를 시기
날것을 사랑하기
맨발 걷기
상처가 아물기 까지
모두가 집에 돌아갔을 때
계단의 뒷면
제 3부 - 태도
노출 콘크리트
오래 살아 남기
슬픔이 골라내 준 것
달걀 껍데기 같은 믿음
치실같은 인생
소유와 향유
제 4부 - 꿈
나만의 무늬
동경하는 나의 꿈
Home, Sweet Home
모험하는 어른
애착 인형
편집된 나
[출구 出口] The End
책 속에서
혹여나 아무도 뒷면을 봐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손길이 닿은 구석을 내가 알아주면 그만이다. 책에 대한 숭고함과 나의 진심을 묵묵히 거기에 담는다.
- 본문 중에서
어느 북디자이너의 추천으로 『일본의 아름다운 계단 40』을 읽게 됐다. 작가의 시선에서 계단의 디자인부터 계단을 구성하고 있는 난간, 벽면, 금속장식, 바닥면과 계단 뒷면까지 세세하게 소개한다. 요즘 보기 드문 곡선 디자인의 나선계단winding stairs이 첫 페이지부터 등장한다.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 배치를 위해 고안된 계단이다. 높이와 길이가 똑같이 반복되는 직선의 바닥면과 뱅글뱅글 곡선의 배치, 이 둘의 조화는 정말 아름답다. 저자에 의하면 계단을 바라보는 가장 좋은 위치는 계단 뒤편을 올려다보는 것이라고 한다. 장인의 의도가 뒷면까지 섬세하게 디자인되었을 때 만든이를 우러러보게 된다. 가구처럼 나뭇결을 살려 손질해 둔 뒷면도 있고 투톤 구조로 화려하게 치장한 뒷면, 단정하고 평평하기도 하고 계단 앞면처럼 뾰족하기도 하다. 가끔은 깜짝 주인공처럼 번쩍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다른 포인트 디자인을 돋보이도록 돕는 조연출이 되기도 한다. 기능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제 역할을 하는 게 정말 매력적이다.
이십 대가 되고 진짜 어른의 삶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건 노력 없이 얻는 나이 같은 게 아니었다. 계단을 밟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서른은 마치 이십 대를 뒤집어 계단의 뒷면을 다시 밟아보는 느낌이다. 스물의 내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다가 계단의 어느 발판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깨져서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장인의 마음으로 하나씩 두드려 보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본질적인 나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내가 좋은 게 좋다고 여기고 자신의 가치관을 견고하게 갖춰간다. 얄팍한 경험을 내세워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날들이 늘어간다. 점점 선명하게 나를 알아가는 것은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