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4
1부 길
옛길을 걸으며·12
일하는 하느님·19
하루를 섬기듯 삽니다·20
가야 할 길·22
이젠 돌아가야겠다 마을로·24
첫눈의 기억·26
길을 묻는 딸에게·28
사람의 길―을묘천서·30
사람을 섬긴다는 것은·33
비장하지 않게 슬프지 않게·36
사람이 보입니다·38
붉은 사랑·40
고성산 진혼제·42
길 위에서 길을 찾습니다·48
목비 하나 세워둡니다·50
초겨울 새벽을 걷습니다·54
겨울의 끝·56
2부 겨울 숲에는 그리움이 있다
겨울 숲에는 그리움이 있다·60
꽃처럼 어여쁜·62
겨울 그 아픈 사랑·64
나무 할아버지·66
나무의 숨결·68
나무의 시간·70
바람 나무 풀잎·72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74
결·76
겨울 사랑·78
상처에도 꽃은 피었네·80
초식 악어·81
몸이 머무는 곳·82
밥·84
나무와 풀잎은 가르치지 않는다·86
만수국아재비·88
잡초꽃·90
3부 집
반디 장터·94
골목길 막다른 집·96
달팽이 집·98
그리하여 고독은·100
외딴집·102
오래된 집·104
유리방·105
지원이의 방·106
마을 목수·108
4부 전태일
옛집 골목길·112
통일맞이 봄꽃으로 피어나는―한기명 어머님 영전에 올립니다·114
원근법·124
전태일의 길·126
어머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129
판잣집의 흔적·132
아들의 몸으로 살아낸 어머니의 세월·134
하청 노동자 전태일·136
그대 행복한가·138
한 여인이 울고 있다·140
피다, 꽃이다·142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143
열다섯 살의 꿈·146
나는 아버지처럼 할 수 없었습니다·148
이별을 위한 서시·150
발문
길을 걷는 마을 목수(정지창·153
수운의 옛길을 따라 걸으며
수운의 고뇌와
수운의 번뇌와
하늘을 섬기듯 사람을 섬겼던
그 깊은 생각을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_「옛길을 걸으며」 부분
이 작품은 조선남 시인이 “경주 용담정에서 남원 은적암까지” 수운 최제우의 발자취를 따라 직접 걸은 경험으로 씌어졌다. 특징적인 것은 시인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걸은 길이라는 점이며, 또 시제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시를 길 위에서 썼다는 말과 진배없다. 이 작품에서 조선남 시인은 동학의 정신을 되새기면서 지금-여기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래서 동학은 지나간 역사적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서 되살아난다. “오늘 우리가 섬겨야 하는 하늘이 여기 있으니/ 사람이 하늘이고 하늘에는/ 권력도/ 재물도/ 학력도/ (…/ 인간을 갈라치고 멸시하고 차별하는 것이 없는 / 새로운 세상 후천개벽”에서 드러나듯이 조선남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후천개벽’ 사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1부에 집중 배치된 동학에 대한 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수운의 동학 사상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하느님’으로 보듯이 조선남도 이 사상을 받아들여 일하는 사람들, 「옛길을 걸으며」에서 말한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이주노동자도 임시 일용직도” ‘하느님’으로 보고 있다. 즉 일하는 사람들이 하느님인 것이며 그 실례로 해월 최시형의 삶을 소개하기도 한다. 「일하는 하느님」에서 “40년간 관군에 쫓기는 몸에도/ 가장 먼저 해월은 땅을 갈고 씨를 뿌렸다”고 하거니와 이는 해월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노동자가 하느님이라는 시인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의 형태가 다를지라도 모든 노동자가 하느님인 셈이니, 현실에서 노동자가 하느님이라는 생각과 마음이 퍼지면 착취도 멸시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조선남의 시는 이것을 곡진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집이 곧 길이고 길이 곧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