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사람들이 만드는 가장 따뜻한 웃음
하이타니 겐지로는 책을 쓰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작품 속에서 내가 살고, 살아 내고, 그리해서 생명이 끝난 느낌이었다, 고 했다.
이 책은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 2년 동안 교육 잡지에 연재되었다. 절반쯤 연재했을 때 하이타니 겐지로는 열아홉 살 소녀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 너무나도 마음이 지쳤어요.
가만히 있으면 짓눌려 버릴 것 같아서 고통스러워요.
사흘 내내 학교 도서관에 들러서 이달 호까지 읽어 버렸어요.
왜죠, 선생님. 왜 그렇게 무서운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따뜻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나와서 난처했어요.”
비극적인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사람들.
가족을 끌어 오던 무게에 짓눌려 자살한 큰형.
그들의 삶과 죽음으로 엮어 낸 소설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견딜 수 없는 비극을 겪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이 어디 있을까, 싶게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니,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그렇게 따뜻했을까?
극단적 정서가 횡횡하는 오늘날, 목화솜같이 따뜻한 소설이라 했던 옮긴이의 말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키나와 이야기다.
“적의 수류탄이 아니다.
나는 그저 보통 목수일 뿐, 군인이 아니었다.
오키나와를 지켜 준다고 온 군대가 우리에게 죽으라고 했다.
명예롭게 죽으라고 수류탄을 주었다. 군대는 나라를 위해,
천황 폐하를 위해 죽으라고 말했다.
우리를 모두 한데 모으고, 그 한복판에서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소설 속 문장이다.
그러나 상상으로 만든 문장이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자식을, 가족을 그렇게 보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사람만의 세상은 아니야.
살아 있는 사람들 속에 죽은 사람들도 함께 살고 있어서 인간은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단다.”
고베 어느 골목에 모여 사는 이웃의 이야기다.
그들이 모이는 ‘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