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의 퓰리처상 수상작
삶의 슬픔과 모욕이 빚은 예술의 역설적 기적
지적이고 완벽하게 극적인 실존주의 코미디
철학 과학 정치 역사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술탄의 카펫처럼 펼쳐지는 내러티브의 휴먼 코미디
“험볼트는 불타오르는 실패였고, 나는 새로 태어난 성공이었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성공한 연극의 원작자, 에세이와 전기를 다수 집필한 시카고의 유명 작가 찰리 시트린은 예술적 무결함을 중시했던 죽은 멘토 험볼트를 떠올리며 죄의식과 수치심을 느낀다. 젊은 시절 찰리는 험볼트의 시에 감명받아 그의 행운과 재능을 부러워했고, 그를 만나기 위해 단돈 30달러를 들고 그리니치빌리지로 무작정 달려갔었다. 그러나 그토록 박식한 달변가에 멋진 발라드를 썼던 험볼트의 명성은 곧 사그라져버리고 찰리가 작가로 입신해 크게 성공하자, 험볼트는 찰리가 희곡에 자기 캐릭터를 허락도 없이 썼고 통속적 대중작가라 헐뜯으며 비방한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찰리는 험볼트의 비참했던 마지막을 외면해버린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험볼트 같은 인생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시인, 사상가, 술주정꾼, 약 남용자, 천재, 조울증 환자, 까다로운 모사꾼, 성공담의 주인공, 한때 재치 넘치는 아름다운 시를 썼던 그가 최근에는 무엇을 했던가? 자기 안에 있는 위대한 말과 노래를 발화했던가? 아니었다. 쓰지 않은 시가 그를 죽이고 있었다. (44쪽
예순 살이 가까운 찰리에게 위기가 닥친다. 문학적 영감은 메마르고, 아내와 막대한 위자료가 걸린 이혼소송중이며, 국세청의 세금 압박에 변호사와 판사와 동료, 가까운 친구까지 온갖 사람에게 돈을 뜯긴다. 그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애인은 결혼하자 조르고, 시카고 하류 깡패 리날도 칸타빌레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아끼던 벤츠가 부서진데다 온종일 그에게 끌려다니며 혹독한 수모를 당한다. 프랑스 정부에서 받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 모범적인 돼지 사육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