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푸른 눈의 정복자들 - 실크로드와 고대 그리스
2. 천산에서 단군을 만나다 - 실크로드와 고대 한반도
3. 비단 장수 하면 왜 왕 서방일까 - 실크로드의 탄생
4. 로마로 가는 길 - 실크로드 동과 서의 고대 제국
5.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 실크로드를 둘러싼 한과 흉노의 대결
6. 신라의 왕은 흉노의 후손일까 - 삼국 시대의 실크로드
7. 돌궐이라 쓰고 터키라고 읽는다 - 실크로드를 둘러싼 당과 돌궐의 대결
8. 삼장법사가 고구려에 왔더라면 - 불교와 실크로드
9. 서라벌 달 밝은 밤에 놀던 서역인들 - 통일 신라와 실크로드
10. 고선지가 패하자 종이가 서쪽으로 간 내력 - 실크로드와 문명의 교류
11. 유교는 왜 세계 종교가 되지 못했을까 - 실크로드와 동서 문화의 교류
12. 마르코 폴로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몽골 제국과 실크로드
13. 서쪽으로 간 정화, 더 서쪽으로 간 콜럼버스 - 해상 실크로드와 대항해 시대
14. 도자기 세계화의 시발점이 된 임진왜란 - 조선의 청화백자와 ‘세라믹로드’
15. 최후의 유목 제국 - 청 제국과 실크로드의 종말
16. 실크로드의 보물이 왜 우리나라에 있을까 - 서세동점과 ‘실크로드의 악마들’
17. 실크로드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하다 - 고대의 민주주의와 현대의 민주주의
18. 실크로드에서 통일을 생각하다 - ‘일대일로’와 남북통일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뗀 사람들 이야기
실크로드가 단지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에게 뭔가를 던져주는 건 아니다. 그 옛날에 중국의 비단이 팔려나가던 사막길이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를 갖는 이유는 먼저, 이 길이 바로 동서양 교류의 역사를 생생히 증거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산악 지대와 그 북쪽의 초원·사막 지대에 가로막혀 각각 다른 인류 문명으로 성장해온 유라시아 대륙의 동과 서는, 전자는 한나라라는 제국으로, 후자는 로마라는 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거대한 문명의 금자탑이 된 두 제국은 처음에는 상대가 거기 있는지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누군가는 최초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날 마음을 먹는 법이다. 그 목적은 정복이든 협상이든 도움 요청이든 문물 교류이든 뚜렷할 수도 있지만, 실은 아주 근본적이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저 높은 산맥 너머, 죽음의 사막 너머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진실,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같은 것 말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서 먼저 발을 떼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그들로 인해 그야말로 ‘역사’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그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을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사막길에서 ‘지금 우리’를 만나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포인트는, 실크로드가 중국과 서역의 역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와의 재미난 연결 지점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그림 찾기’가 아니라 ‘같은 그림 찾기’하듯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실크로드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다. 경주에 있는 통일신라 왕의 무덤 앞을, 왜 터번을 두른 털보 서역 장수 석상이 지키고 있는지, 잘 알려진 신라 사람 처용의 외모는 왜 영락없는 아랍 사람인지…… 사연을 알고 보면 퍼즐처럼 맞아 들어가는 희열이 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이 점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요하다. 서쪽에서 온 서역 사람들처럼, 낯설고 먼 세계의 사람들은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속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