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序
제1부 정적이 깨지다
온기 / 전율(戰慄 / 도라지 / 가을맞이 / 평화 / 차이 / 어떤 잠언(箴言 / 물방개가 그립습니다 / 두 귀에 들려온다 / 숲 / 허전함은 남는다 / 고독 / 그리움 / 정적이 깨지다 / 오렌지 주스와 삼립빵 / 환각의 숲
제2부 그저 내 인생의 지나간 한때였지만
하루살이의 기도 / 봉원동 골목 / 가을 / 상수리나무 위에서 / 슬픈 여행 / 구름 / 익숙한 정 / 오매불망 / 오만 / 어치와 물까치 / 그저 내 인생의 지나간 한때였지만 / 침묵의 강 / 햇살 / 푸근한 고독 / 추억 / 활력을 찾다
제3부 살아가기놀이
슬픔 / 쇠비름 꽃 / 숲을 찾는다 / 해 질 녘 / 인지상정 / 햇빛의 자부심 / 은행나무 / 살아가기놀이 / 물비 / 그리움이 스미다 / 하늘 마을 / 밤바다 / 낯가림 / 바위와 사귀다 / 느티나무 / 거미
제4부 내 방에는 긴 의자가 있다
허허벌판 / 시간 / 허(虛 / 산국(山菊 / 예쁜 비, 예쁜 할머니 / 네 여인 / 사라짐과 지속됨 / 숲에는 / 바둑이 바위 / 내 방에는 긴 나무 의자가 있다 / 검은 나무 / 아련하다 / 한계 / 인연 / 슬픈 시냇물
작품 해설 : 생각의 길 위에 서서 _ 전기철
작품 세계
인간의 생각은 살아가는 동안 멈추지 않는다. 몸속의 세포 활동처럼 생각은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나 생사가 오락가락할 때조차도. 그 생각은 의식에서 무의식, 초의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따라서 생각은 흔들리는 진자처럼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자유롭게 떠다닌다. 그만큼 생각의 범위는 넓고 깊어 가까운 눈앞에서 노닐다가도 갑자기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시공간을 자유롭게 왕래하기도 한다. 이런 무시간적이면서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각을 언어로 붙잡으면 예술이 되고 과학이 되며 철학이나 물리학이 된다. 생각에 따라 나는 네가 되기도 하고 그가 되기도 한다. 생각을 어떤 언어로 붙잡느냐에 따라 생각의 형태는 달라진다. 시인은 시라고 하는 형태로 생각을 붙잡는다. 그 생각은 정서적인 언어로 되어 있다. 시인은 감각이나 감성으로 생각을 붙잡는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생각에서 정서적인 부분만을 언어로 표현한다. 그 생각은 뜬금없이, 불쑥 무시(無時로 나타난다. 그것을 언어로 잡아내는 것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정서를 적는 일일 것이다. 박영욱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울림을 정서적으로 적어 평범한 일상의 정적을 깬다. (중략
박영욱 시인은 거창한 상상의 세계를 탐험한다거나 기괴한 환각으로 나아가지 않고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사념을 있는 그대로의 ‘생각’으로 표현한다. 그만큼 언어 또한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들이다. 이는 그의 시가 발을 땅에 딛고 있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가 쓸쓸하고 우울한 현실에서 눈을 돌려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일이나 가까운 뒷산이나 주변의 산에 드는 일도, 새나 벌레를 보며 느끼는 생각도 이런 일상에 발을 딛고 있는 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여기’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