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이 없는 사각의 링에서 선 이들의 이야기
- 안온한 일상의 껍데기를 찢고 드러낸 불안한 삶의 민낯
- 나무사다리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희망은 불가능한 것일까?
방현일의 첫 소설집 『2KG짜리 바벨을 양쪽에 달면 5KG이 된다』는 현실의 암울함과 냉랭함을 솔직하게 다룬다. 현실의 단순한 모습 뒤에 감춰진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다루며, 삶의 무게와 불안함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전달한다.
방현일의 소설 속 인물이 놓여 있는 세상은 암울하면서 가혹하다. 직장에서는 컴퓨터가, 집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수시로 고장 나고(「2KG짜리 바벨을 양쪽에 달면 5KG가 된다」, 남성이라는 존재가 거추장스러워 여성이 되고 싶고(「혹돔」, 열심히 살아왔는데 남는 게 없으며, 욕을 칭찬으로 들으며 살아오기도 한다(「탈피」.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해 보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인물들은 빵부스러기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작은 개미처럼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세상에 대해 적대감과 분노, 또는 억울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방현일의 인물들에게서 이런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이끌어내는 인간의 저항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 준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내면에 잠재된 희망과 사랑을 강조하며, 그들이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삶을 꿈꾸고 실천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방현일의 소설은 삶이 “빛이 없는 사각의 링”에서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것일지라도, 꿈과 사랑을 간직하며 살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현수막”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는 「다리」의 주인공처럼 누추한 삶도 꽃처럼 피어날 수 있음을 감동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