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인의 말
하나. 술도 익고 달도 익고
10 삶의 감옥
11 술도 익고 달도 익고
12 노동의 굴레
13 슬픔이 얼굴을 내밀면
14 고요
15 팔십 리 길
16 풍랑
17 쭉정이
18 대장간에서
19 쇠의 질문
20 대못 하나
21 오동도의 봄
22 보석
23 봄날의 하루
24 늙은 농부
25 이별
26 작은 연못
둘. 가슴속에 비가 내리면
28 새벽의 오솔길
29 지우개
30 과한 사랑
31 살아갈 수가 없어
32 벼의 순환
34 벼꽃
35 추정리 메밀꽃
36 으악새
37 거만해지기
38 버릇
39 가슴속에 비가 내리면
40 매장된 슬픔
41 늙은 벚나무 이야기
42 무덤으로 변한 집
43 천화(遷化
44 치자 향이 나는 사람
셋. 매화꽃이 피던 날
46 찬비
47 낙화 이야기
48 그대에게
49 그 남자의 향기
50 백양사 매화나무
51 하얀 밤
52 자작
53 고향의 바다
54 남쪽의 봄
55 영겁의 시간
56 가난한 이웃
57 어머니의 요람
58 다시 태어나러 가는 중
59 호박벌
60 매화꽃이 피던 날
61 백일장
넷. 사랑이 그리우면
64 너를 위한 시 한 편
65 가문의 망신
66 그럼 된 거지
67 그래도 살만해
68 당신은
69 관악산
70 사랑이 그리우면
71 깊은 산속 옹달샘
72 잡초
73 재개발
74 아픈 사랑
75 고립된 영혼
76 잘못 든 길
77 꿈을 사는 사람들
78 종착역
79 염원
80 그 순간
다섯. 거리엔 비가 내리고
82 어느 노모의 텃밭
83 비 내리는 운동장
84 산다는 것
85 석양
86 손바닥 지문
88 가을 편지
89 늦기 전에 말해
90 그대 곁에
91 불멸의 밤
92 팔월
93 태풍
94 바람과 구름과 비 그리고 그대
95 밤의 고속도로
96 낯선 곳에서 하룻밤
97 명옥헌 배롱나무꽃
98 거리엔 비가 내리고
9
책 속에서
잘 익은 황매에
담금 전용 소주를 부어
그늘진 곳에 항아리를 두고
까맣게 잊어버렸지
언젠가부터 집안 전체를
술독에 담가놓은 것처럼
달달하고 상큼한 향기가
집안 가득 흐르고 있었지
매실주가 어둠 속에 숨어서
혼자
익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술은
자신이 변해가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지만
농익으면 거부할 수 없는
은은한 향으로 말을 걸어왔지
술도 익고 달도 익는 밤
그윽한 황매 주 향에 젖어
심연도 달달한 향기로 채워졌지
--- 「술도 익고 달도 익고」
고요가 밤의 강을 건너갈 때
나에게로 걸어가
영혼의 등불로 그대를 소환해 봅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은하수 강가에서 얼굴을 씻는 동안
어둠은 문밖에서 나를 응시합니다
나뭇잎에 누워 잠든 미풍이
잠꼬대로 뒤척이는 밤
고요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갑니다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