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지 않은 거짓말로 줄줄이 꿴 여덟 가지 ‘도리’ 이야기
책장을 넘기면, 까만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나타나 대뜸 내기를 겁니다. 거짓 이야기에 속지 않는 내기라나요? 상품은 커다란 ‘엄펑소니’. 독자는 엉겁결에 할아버지의 내기 상대가 됩니다. 엄펑소니가 대체 무언지 알쏭달쏭하지만, 아무튼 내기라니 구미가 당길 만하지요.
첫 번째 이야기는 맛있는 걸 무척 좋아하는 잉어 모자 이야깁니다. 어느 날, 모자의 귀에 솔깃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죽순이 있지.” 그 뒤로 모자는 죽순이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인데, 하루는 아이 잉어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부채를 주워 손쉽게 죽순을 얻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줄 생각도 않고 자기 혼자 몽땅 먹어 치우네요! 이렇게 부모가 먹고 싶어 병이 나든 말든 자기 배만 채우는 착한 마음을 ‘효(孝’라고 한답니다. 이게 참말일까요, 거짓말일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늘 다투기만 하는 할미새 형제 이야기. 어느 날, 동생 할미새가 학교에 가는데 힘센 물수리 두 마리가 앞을 막아섭니다. “이 형들이 배고파서 그러는데 벌레 좀 있냐?” 동생을 윽박지르는데, 멀리서 그 모습을 본 형 할미새는 그냥 나 몰라라 하고 가 버립니다. 이렇게 형제가 두들겨 맞든 말든 모르는 척하는 착한 마음을 제(悌라고 한답니다. ‘제(悌’가 정말 그런 뜻일까요?
세 번째 이야기는 연못 나라에 무시무시한 용이 쳐들어온 이야깁니다. 파죽지세로 연못 나라를 짓밟는 용 앞에 먹보 잉어가 용감하게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고는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죠. “저는 처음부터 용님의 부하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제 몸뚱이만 지키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걸 충(忠이라고 한대요.
이쯤 되면 이어질 이야기들이 어떤 주제일지 짐작이 갑니다. 공경, 우애, 충직, 믿음, 예의, 정의, 청렴, 그리고 부끄러움. 바로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사람 사는 여덟 가지 도리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 이야기들이 참말일지 거짓말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