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이 소설은 광고용 달력 속의 이국 소녀 마레끼아레와의 사랑이라는 환상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외모도 별로 보잘것없고 매사에 실패와 좌절만 겪을뿐더러 변변히 사랑 한번 하지 못하던 주인공은 매일 밤 달력 속의 소녀 마레끼아레를 불러내어 사랑을 나누면서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가 어떤 것인가를 알고 삶의 기쁨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지만, 더 깊은 갈등과 고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달력 속의 마레끼아레와의 환상적이고도 에로틱한 연애담을 따라가는 데만 있지 않다. 그 그림 바탕에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의 작고 큰 많은 이야기가 깔려 있고 질문이 숨어 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듣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함께 찾아가다 보면 이 소설의 진짜 재미에 흠뻑 취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신경림(시인
이 소설의 젊은 주인공은 이성의 사랑을 갈구하다가 번번이 좌절당하자, 자신을 가망 없는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이성 교제를 단념하고 자폐적이고 자기비하적 감정의 수렁에 빠져 든다. 여자를 사랑할 자신도, 능력도 없는 그는 결국 자기 자신, 즉 자기 속의 여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 방의 벽에 붙여놓은 포스터 미인에게서 자신의 분신을 발견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환상 속의 사랑이다. 포스터 미인을 흔히 ‘핀업 걸’이라고 한다. 핀업 걸은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지만, 주인공은 그녀와의 관계에서 성적 사랑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랑도 함께 얻어낸다. 병적이고 왜곡된 사랑의 이야기인 이 소설이 야릇한 감흥을 일으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리는 가끔 꿈속에서 낯모르는 아름다운 유혹자 서큐버스(succubus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러니까 주인공의 사랑은 바로 서큐버스와의 사랑인 것이다. 서큐버스는 꿈속에서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우리의 분신이다. 현기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