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얼굴 무늬 수막새에 담긴, 아무나 알지 못했던 이야기
수동적인 정보 습득에서 주체적인 역사 경험을 제안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이 심도 있는 유물 해설서를 내놓았다. 많고 많은 전시품 중에서도 국립경주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10가지 유물을 선정했다.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전시 방식에서 관람객이 주체적으로 다양한 역사를 경험하게 하는 현재의 과정으로 변화하는 경향에 맞추었다. 화려한 유물만큼이나 선명한 사진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감탄과 설렘을 느끼게 한다.
국경을 넘어 긴 여정을 떠나야 했던 서글픈 문화유산
얼굴 무늬 수막새가 국립경주박물관에 오기까지의 길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발견되어 일본인 수집가에게 아낌을 받다가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남았다. 발견된 장소 역시 오랫동안 흥륜사와 위치가 바뀌어 알려져 있던 영묘사의 자리다. 발굴 당시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알아낸 사실을 바탕으로 얼굴 무늬 수막새가 만들어진 시기와 장소를 차근차근 추정해 본다.
신라의 우수한 기와 제작 기술이 집약된 대표작
얼굴 무늬 수막새는 기와로서는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됐다. 비슷한 유물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모양이어서 직접 손으로 빚어 모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현시점까지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얼굴 무늬 수막새도 나무로 만든 기와틀로 찍어 낸 제작품임을 증명한다. 수막새를 제작하는 여러 가지 기법을 상세하게 살펴보고, 얼굴 무늬 수막새가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지 알아본다.
누구의 얼굴일까?
옛 사람들은 기와에 소망을 담아 문양을 넣었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무늬를 사용하거나, 액운을 막는 의미로 도깨비나 용의 얼굴을 새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험상궂지도 무섭지도 않은 은은한 미소를 담은 얼굴을 처마에 올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