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제를 앓는 꽃송이
글씨
한 송이
봄날·2
풀벌레 소리
탈옥수
은수저
별
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망명객들
옥이
코스모스
밤길
산제
목판화
2부 어둠살 펴 주듯 눈이 내린다
동트는 기억 속을
가만히
꽃잎
허수아비
늑실거리며
길갓집
안티푸라민
몸 갚음 하듯
불
훔쳐보기
눈 내리는 밤에
하관 후
버들가지
동진강 달빛
3부 농성일기
농성일기
덜 쓴 축문
모닝커피·1
빗방울 소리에
노을이 질 때
소리
물살
모닝커피·2
글씨는 죄가 없다
내 그림자
비의 기억
석양
종소리
나비야 나비
버스
또옥똑 귀가 트이는
그림자극
4부 물떼새 소리 들리던 날
입술
뒤터진 기억들이
외발자전거
숨소리
막회
가을나기
붓질이 덜 마른
나이테
옥이·2
소풍
생은 누구 것인지
홍어
적벽강 가는 길
돌붕어
해설
사지에서 온 편지
―정재훈(문학평론가
걷는사람 시인선 114
이병초 시집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 출간
“반딧불은 별의 혼(魂이니 이슬기 서린
처마 그늘에 헹궈 다른 별에 부치겠다고”
우리가 거기, 그 시간 속에 두고 온 것들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간직해야 할 사랑의 꽃자리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98년 《시안》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병초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가 걷는사람 시인선 114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가 8년 만에 낸 이 시집을 펼치면 고단한 삶의 행군은 여전하고 긴 세상살이에 따듯한 아랫목 하나 못 찾았어도 “성냥불 켜 주”(「가만히」는 마음이면, “긴 겨울잠을 털어 버린 듯/는실날실 봄바람 타는 버들가지들”(「버들가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노래하는 59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 시인이 평생토록 가슴에 품은 사랑(시에서 ‘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이 누구인지 몰라도 시집을 넘기는 독자들 누구나 옥이가 되어, 옥이를 목메어 부르는 마음이 되어, 봄바람에 날아든 한 장의 연서(戀書 같은 시를 발견하게 되리라.
이번 시집에서도 그의 언어는 고향(전라북도의 토속 언어와 서정에 크게 기대어 포근한 어머니의 품, 첫사랑의 따스함 같은 감정들을 시로 풀어내고 있는 한편, ‘농성일기’라는 부제를 단 3부에서는 대학 비리를 고발하는 주체로서 천막 농성을 하며 느낀 감회를 뼈아픈 세상살이에 빗대어 써 내려간 기록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라북도 방언은 부드러우며 된소리가 별로 없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말을 할 때 마치 노래하듯 ‘겁~나게’, ‘포도~시(겨우’ 등과 같이 늘여 빼는 가락을 넣는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리듬감이 이병초의 시에서는 그리움을 증폭시키는 기저로 작용한다. 간조롱히(가지런히, 짚시랑물(낙숫물, 눈깜땡깜(얼렁뚱땅, 깜밥(누룽지, 당그래질(고무래질 같은 말들이 되살아나 우리의 귀를 저편으로 트이게 하고, 입술을 쫑긋거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시인의 맑은 눈으로 발견한 “오디별”, “시냇물벼루”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