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바다의 숨소리를 들으며
성산포의 아침|빛이 내리어|나무로 살아가기|너에게로|아름다운 능선|외딴곳|한 마리 새를 위하여|새끼 돌고래|향수|별을 낚는 사람|용천수의 꿈|기쁨이 솟아나네|아름다운 귀|토산 노단샘|태곳적 여인|성에 낀 유리창
2부 정전된 카페에서
차나 마시게|수레바퀴|단팥 인생|의자|관|그림의 떡|나는 선택할 수 없어요|소통의 부재|조르바, 너는 지금 뭐하니|해무
3부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 가듯이
욕망|사랑의 노예|봄의 제전|슬픈 오해|영원한 사랑|여자의 마음|첫사랑|가슴에 별이 총총|새가 허공을 넓혀 가듯이
4부 베지근한 가을
하논 마르|적송 위의 나부상|소금 빌레|눈 섬|대흥사 연리근 앞에서|몽돌 해변|위태로운 산담|돌에도 길이 있어|꽃 잔대 같은 여인|부덕량의 묘 앞에서|성읍리 정소암 가는 길|토종 씨앗 지킴이|전세비덕 코지|불림모살길 따라
5부 봄을 피워 올렸다
거미줄|나도 수정초|끝물에 핀 호박꽃|땅만 보고 사느라고|떨어져 있는 것들|밥심|순종|아침을 여는 수다|우울을 씻으러|녹차 들깨 수제비를 먹던 날|이름 따라|버스를 기다리며
[해설] 시의 ‘대화적 상상력’, ‘시린 아름다움’의 감응력(고명철 문학평론가
책 속에서
<서시_어느 토요일 오후>
들깨 바람 불어오는 들판 쏘다니듯
거리를 기웃거리다
중산간 마을에 펼쳐지는 별들의 고향 같은
메밀 집 간판 보고 무작정 들어갔다
하얀 소금꽃이 서걱거리는 메밀밭 언저리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가늘고 긴 이야기가 이어지는
담백한 메밀국수 속으로
목적 없이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물결 사이에 고여있는
풍경을 조준하며
왜가리 걸음으로
물 위를 더듬는다
돌담 위에 앉아 멍때리는 길고양이처럼
물속을 들여다보노라면
누군가 떨어뜨린
주인 없는 이야기 하나
말갛게 고개를
내민다
<돌에도 길이 있어>
한라산 봉우리를 움푹 떠다 세워놓은 듯
봉긋한 산방산
깎아지른 절벽들이
지는 해에 빛나고 있다
현무암 천지인 제주 들녘 사이에
귀하게 솟아난 누르스름한 덩어리들
그 옛날 비석도 만들고 동자석도 만들었다는
산방산 조면암 찾아갔다
구전으로 흐르듯
쪼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조개무덤 같은 조면암 자투리들이
옛이야기 들려준다
돌에도 길이 있어
아무리 힘이 센 장사라도
집채만 한 덩어리 비석 돌 채취할 때는
힘으로만은 얻을 수 없어
돌의 길을 볼 수 있는 돌챙이 눈이 필요해요
실금 같은 결을 바라보며
돌의 길 찾아가듯
길 없는 길 위에서
삶의 길 찾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