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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한국문학의 정상성을 묻다
저자 오혜진
출판사 오월의봄(일원화
출판일 2019-04-26
정가 26,000원
ISBN 979118737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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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책머리에

1부 “아저씨 독자”가 떠난 자리

25 ‘장편의 시대’와 ‘이야기꾼’의 우울
―천명관과 정유정에 대한 비평이 말해주는 몇 가지 것들
55 한국문학의 ‘속지주의’를 묻다
―천명관과 박민규 소설에 나타난 ‘이국異國’
80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
―2015년 문학권력 논쟁 및 문학장의 뉴웨이브를 중심으로
118 혐오의 시대, 한국문학의 행방
133 ● ‘장강명 스타일’과 그의 젊은 페르소나들
─장강명의「알바생 자르기」

2부 ‘민주화’ 이후의 질문들과 뉴웨이브

145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
―신자유주의시대 이후 한국 장편 남성서사의 문법과 정치적 임계
173 ●○ ‘오구오구 우쭈쭈’ 시대의 문학
177 ○● ‘개’와 ‘사람’을 구분하는 법
182 비평의 백래시와 새로운 ‘페미니스트 서사’의 도래
211 ●○ ‘미러링’과 소수자의 언어
215 ○● 페미니즘 비평과 ‘예술 알못’
219 ‘퀸’의 상상력과 ‘투명한 신체’
─박근혜와 김연아를 통해 본 ‘싱글여성’의 싱귤러리티
236 ● 계속해보겠습니다
─TV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240 권력의 여성, 여성의 권력
─여성과 정치를 상상하는 몇 가지 방식
256 ●○ 광장과 ‘혁명의 매뉴얼’
259 ○● 정치적 포르노그래피와 ‘형제들’의 혁명

3부 떠나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265 ‘성장’이라는 외상을 견디는 ‘여자들의 세계’
─최은영의『쇼코의 미소』
275 ‘즐거운 살인’과 ‘여성스릴러’의 정치적 가능성
─강화길의「서우」
287 집 떠난 뒤, ‘고독의 시간’을 지내는 방법
─전경린의『천사는 여기 머문다』
299 여성혁명가 서사와 ‘사회주의’라는 오래된 미래
─조선희의『세 여자』
320 “네가 다른 것이 되고자 소망한다면”
─명지현의『눈의 황홀』

4부 우리 각자의 솔기와 봉합선

351 “포스트-아포칼립스”를
한국문학의 체질에 관하여: 여성혐오, 소수자혐오, 순문학주의, 계몽주의, 세계문학상 집착……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신경숙 표절 사태 그리고 그 사태가 촉발한 문학권력 논쟁은 한국문학계의 퇴행적 욕망이 드러난 ‘계기’였다고. 또한 다르게 물어야 한다. ‘문학/비평의 타락’이라는 손쉬운 언표가 무엇을 감추고 있었는지.
한국문학의 개탄스러운 현실을 ‘수준 미달’의 작가 신경숙 및 상업주의와 결탁한 창비의 ‘타락’으로 돌리는 것은 심각한 전가의 혐의가 있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문학이 독자를 거의 다 잃어버리고 게토화되기까지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K문학’이라는 멸칭으로 명명되는 ‘한국문학’ 특유의 ‘체질’이 여기에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은 애써 회피되어왔다.
여성에 대한 물리적, 상징적 폭력 및 도식적 재현을 필수적으로 경유하는 한국문학 전반의 여성혐오, 외국인 이주노동자 및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재현의 윤리를 고려하지 않는 소수자혐오, 장르문학을 철저히 위계화함으로써 관철되는 순문학주의, 세계시장 진출 및 세계문학상에 집착하는 제국주의적 욕망 및 후진국 콤플렉스, 가족/모성애 같은 전통적 질서 수호에만 골몰하는 폐쇄적 보수성, 교조주의적 “꼰대질”…… 등으로 요약되는 이 체질들이야말로 신경숙 표절 사건 뒤에 감춰진 심각한 퇴행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젊은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K문학’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바로 그 ‘퇴행적 체질’의 총체를 가리킨다.
‘이야기꾼’이라는 칭호로 호출된 작가 천명관과 정유정에 대한 지배적인 비평의 흐름에서도 한국문학의 오랜 ‘욕망’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당시 비평계는 ‘장편소설’이라는 양식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면서 두 작가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실제로 천명관과 정유정의 소설 톤과 스타일이 현격히 다른데도, 정작 그 차이는 제대로 조명되지 앟았다. 두 작가의 차이를 논해야 할 자리를 잠식해버린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환기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