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 우리에겐 길잡이가 필요하다
2 무관심의 어리석음
3 위락의 위험
4 삶의 의미
5 회의주의, 증거, 그리고 좋은 삶
6 숨은 신
7 삶의 내기
8 인간이라는 수수께끼
9 진리의 증표
10 신앙과 심성
11 사랑과 삶, 그리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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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프랑스인은 데카르트 학도나 파스칼 학도로 태어나거나 적어도 아주 어려서부터 둘 중 하나가 된다. - 앨런 블룸(Allan Bloom
천재 과학자는 왜 종교에 귀의했을까?
확률론을 창시한 수학자, 최초의 계산기를 만든 과학자이자 발명가, 실존주의의 선구자가 된 사상가. 사람들이 블레즈 파스칼이라는 이름에 떠올리는 칭호들이다. 그는 흔히 수학자나 과학자로 더 잘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철학이나 신학 쪽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파스칼은 서른한 살이던 1654년 11월 23일 ‘불의 밤(Night of Fire’이라고 불리는 신비 체험을 통해 뜨거운 감격과 환희 속에서 신을 만났고, 이후 기독교로 회심했다.
‘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될 뻔한 사람’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파스칼이 종교에 귀의한 까닭은 무엇일까? 철두철미한 과학자였던 파스칼마저도 논리와 증거, 이성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일까?
“죄인은 티끌을 핥는다. 즉 세속적인 쾌락을 사랑한다.”
파스칼은 오만한 자기애와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 성마름으로 삶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빚어왔다. 그는 종종 자신이 누리던 유명세에 어울리는 대우를 당연하게 기대했으며, 유산을 두고 누이와 말다툼을 벌인 일도 있었다. 이렇듯 파스칼은 숙고하는 철학자의 이미지에 그리 걸맞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자신이 의도했던 삶과 반대되는 온갖 부침을 겪으면서 힘들게 겸손과 사랑의 가치를 배웠다.
티끌을 핥는 모습은 삶이 주는 쾌락과 즐거움을 필사적으로 탐하려고 애쓰는 이미지다. 모든 사람이 쾌락을 즐기고 모든 사람이 즐거운 일을 좋아하므로, 그러한 태도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파스칼 역시 행복을 위해 즐거움이나 오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자신과 삶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위락, 즉 ‘diversion’이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가 현세의 즐거움을 삶의 고통과 공허에서 도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