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칸트, 푸코칸트주의: 「계몽이란 무엇인가?」
칸트에 대한 푸코의 태도는 단선적이지 않다. 칸트 철학을 재구성하는 푸코 고유의 칸트주의, 즉 푸코적 칸트주의의 형식적 출발은 푸코와 칸트의 첫 만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푸코의 박사학위 논문에 첨부돼 제출된 부논문 「칸트의 「인간학」 서설」(「인간학 서설」이다. 물론 「인간학 서설」과 「말과 사물」을 중심으로 하는 1960년대 고고학 시기의 푸코는 칸트 철학의 뿌리에 ‘인간’이라는 주체 형상에 기초한 인간학적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고 그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말과 사물」 출간 이후 1978년 프랑스철학회에서 행한 ‘비판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통치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맥락에서 계몽의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기까지 12년간 칸트와 관련해 긴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윤리학 시기의 푸코는 초기의 비판을 칸트의 계몽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로 뒤집는다. 「계몽이란 무엇인가?」(칸트를 중심으로 이뤄진 칸트에 대한 재평가는 그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동지이자 스승인 니체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려놓을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푸코 외에는 누구도 이 작은 텍스트에 그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계몽이란 무엇인가?」는 푸코 이전에도 ‘유명한’ 텍스트였지만 푸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커다란 철학적 중요성을 갖는 텍스트가 됐다. 그 텍스트가 자신에게 하나의 문장(紋章이자 페티쉬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그렇게 윤리학 시기 푸코는 자기돌봄과 파레시아 등 같은 고대철학의 테마들과 더불어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를 자기 사유의 중심에 놓고 스스로를 칸트로부터 시작되는 ‘우리 자신의 비판적 존재론’의 계보에 귀속한다. 이제 칸트와의 관계에 대한 푸코 자신은 입장은 분명해진다. 푸코는 자신의 작업이 어떤 철학 전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칸트의 비판적 전통”일 것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일종의 칸트주의자로 규정한다.
푸코칸트주의 정립의 궤적: 「인간학 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