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글을 씨앗(씨으로 여기면서 돌보기에 ‘글씨’입니다. 글씨를 반듯하게 가다듬는 뜻을 돌아봅니다. 글이라는 씨앗을 종이에 얹을 적에 “밭에 씨앗을 심듯” 고르게 다스려야, ‘글로 담아낸 말’을 정갈하게 풀어낼 수 있다고 여기거든요. (44쪽
난 때나 무렵을 헤아리면 ‘난때·난무렵’이라 할 만합니다. 난 해를 살필 적에는 ‘난해’라 할 수 있어요. 난 해랑 달이랑 날을 함께 짚을 적에는 ‘난해달날’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이른바 ‘생년월일’을 우리말로 옮기면 ‘난해달날’입니다. (52쪽
새롭게 보도록 이곳에 있기에 ‘나다’이고, 새롭게 보도록 이곳에 있으면서 즐겁기에 ‘날다’라면, “오랫동안 많이 쓰거나 오래도록 비·바람·해에 바스러져서 더 쓸 만하지 않”을 적에는 ‘낡다’예요. (56쪽
늙은 사람이기에 ‘늙은이·늙네’입니다. ‘어른·어르신’은 나이가 많이 든 사람보다는 ‘어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철이 들어 눈이며 마음이 밝아 앞장서서 살림을 짓는 길을 갈 줄 알기에 ‘어른·어르신’이에요. 스스로 빛날 줄 모르면 ‘낡다·늙다’이고, 스스로 빛날 줄 알기에 ‘어른’이면서 ‘어질다’고 할 만해요. (57쪽
모가 없이 아우르고 모이기에 ‘도란도란’ 이야기합니다. ‘두런두런’ 말을 섞기도 합니다. ‘도란도란·두런두런’은 ‘두레’하고도 얽혀요. 두레는 ‘둘레’하고도 만나는데, 하나가 다른 하나를 만나고 사귀고 아우르면서 크게 펴는 자리인 ‘두레’요, 하나를 두른·둘러싼 곳을 살핀다고 하는 ‘둘레’이며, 두레처럼 둘레를 아우르는 사이인 ‘동무’입니다. (68쪽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찾아들’ 만하기에 들입니다. ‘들고’ 나는 터전인 들이지요. 들풀이란, 스스럼없이 씨앗이 퍼지고 뿌리를 내려서 어우러지는 푸른 숨결입니다. (80쪽
묶거나 엮는 몸짓인 ‘매다’가 있고, 풀을 뽑아서 없애는 ‘매다’가 있답니다. 두 ‘매다’는 다른 말이지만 곰곰이 보면 맞물려요. 온통 한곳에 있도록 하는 ‘매다’가 있다면, 온통 없도록 하는 ‘매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