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일본에 속해 있으면서도 일본이 아닌
오키나와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단지 휴양지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역입니다. 일본에 속해 있으면서도 지도상으로는 타이완에 훨씬 가까운 곳, 수천 년간 독립적인 국가로 존재했다가 17세기에 일본에 정복된 곳, 고유한 언어를 가졌고 일찍이 중국과 교류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쌓아올린 곳, 근대에 이르러서는 27년간 미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가 1972년에야 일본에 반환된 곳,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주일 미군기지의 75% 이상이 몰려 있는 곳. 낯설지 않지요? 한국이 그러했듯이, 오키나와는 오랜 세월 중국,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에 휘둘리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경험한 곳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어느 지역이든, 식문화·식생활은 지리학적 위치와 기후뿐만 아니라 정치적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이라는 것을요. 한국 음식에서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듯, 오키나와 음식에서 중국과 일본, 미국의 영향을 따로 떼어놓고 말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우리가 ‘일본 음식’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들, 이를테면 스시, 라멘, 우동, 아기자기하고 달달한 과자, 섬세하고 정갈하게 차려지는 상차림 같은 것들은 물론 오키나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오키나와에 이런 ‘일식’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불과 40여 년 전, 즉 오키나와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이후입니다. 오키나와는 분명 일본에 속한 섬이면서도 전통적인 일식보다는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 혹은 미국을 연상케 하는 음식들을 흔히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얽히고설켰던 역사만큼이나 이것저것 뒤섞인 오키나와 음식들은 언뜻 다문화·다국적 음식처럼 보이기도 하고, 거꾸로 무국적 음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레트로 오키나와》는 단지 오래된 식당들만이 아니라 그들 식당이 문을 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맥락, 즉 정치적 특수성 속에서 탄생한